1. 당신 길 끝에 당도한 바람으로 머리채를 묶은 후 당신 무릎에 머리를 대고 처음처럼 눕겠네 꽃의 은하에 무수한 눈부처와 당신 눈동자 속 눈부처를 눈 속에 모두 들여야지 당신을 보아야지 花, 飛, 花, 飛, 내 눈동자에 마지막 담는 풍경이 흩날리는 꽃 속의 당신이길 원해서 그때쯤이면 당신도 풍경이 되길 원하네 그날이 오면 내게 필요한 건 이름 붙이지 않은 꽃나무 한 그루와 당신뿐 당신뿐 대지여 - 김선우,「花飛, 그날이 오면」 화비(花飛)는 어의로 풀면 꽃이 흩날린다는 뜻이다. 시인은 땅으로 떨어지는 꽃을 “길 끝에 당도한 바람으로 머리채를 묶은 후/ 당신 무릎에 머리를 대고 처음처럼” 눕는 존재로 표현한다. 길을 타고 온 바람을 맞고 꽃이 떨어지는 건 자연이다. 떨어지는 순서만 다를 뿐, 겨울이 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