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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화란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해할 수 없거나 재미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경향신문 4컷만화인 <장도리>만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훨씬 지난 뒤에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필치로, 현재의 갖가지 사건사고와 시사 이야기를 그려낸다. 또한 특정 사건을 다루는 경우에도, 지엽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대신, 보다 근본적인 부분을 조망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시사만화로는 드물게 단행본이 꼬박꼬박 출간되는 것은, 비단 인기 있는 시사만화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시간이 지난 뒤에 봐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은 덕일 것이다.   <헬조선에 장도리를 던져라>는 지난 1년여간 연재된 장도리의 내용을 묶은 책이다. 하나같이 촌철살인인데다 4컷만화로서의 재미와 구성도 탁월하다. 시사성과 만화로서의 재미 두 가지를 모두 갖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또한 단행본에는 이런저런 설명도 덧붙여져 있는데, 이 설명 중에도 촌철살인의 문구가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2015년 한국 사회를 더없이 통렬하게 담아낸 책이라고 생각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헬조선에서의 삶! 이곳에 들어오는 그대여, 모든 희망을 버려라(All hope abandon, ye who enter here) 단테의 신곡 중에서 지옥문 입구에 새겨진 글귀다. 희망이 없는 곳이 곧 지옥이란 뜻이다. 이 무슨 섬뜩한 말인가 하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는 그저 고전에 나오는 말이 아니다. 2010년 처음 등장한 ‘헬조선’이란 단어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2015년 핫키워드로 부상했다. 헬조선이란 헬(Hell: 지옥)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 라는 의미이다.(출처:위키백과) 대한민국은 2015년 기준 GDP 1조 4,351억 원으로 세계 경제 순위 11위를 기록하며 2013년 기준 15위에서 4계단 상승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호에 탑승한 99% 국민들은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보육 예산 삭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값등록금 공약파기, 청년실업, 비정규직, 쉬운 해고, 노인 빈곤률 급증(OECD 1위) 등 갈수록 빈부와 계급의 격차가 벌어지고 반목과 갈등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2015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장도리 캐릭터를 통해 헬조선에 장도리를 던져라 에 가감 없이 담았다.

작가의 말 우리가 사는 세상

1장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_ 대한민국 99%가 사는 법
2장 한국지 _ 한국판 삼국지 , 그들만의 정치
3장 갑질 공화국 _ 헬조선에 부는 갑질 열풍
4장 부패와의 전쟁 _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해설 권력에 대한 조롱 혹은 부정 ? 하종원(선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