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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조리원, 알바 노동자, 장례지도사, 콜센터 상담원, 대리운전 노동자, 요양보호사, 톨게이트 수납원, 청소 노동자, 보조출연자, 대형마트 노동자. 오월의 봄에서 출간한 『숨은 노동 찾기』에 나오는 직업들을 나열한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을 하지?라는 의문이 드는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혹은 우리 가족이 하는 일이다. 집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면 양철통을 씻고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는 급식 조리원을 볼 수 있다. 거의 정확한 시간에 그들은 그 일을 해낸다. 새로 생긴 편의점 안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알바 노동자가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장례식 전반의 일을 담당하는 장례지도사의 명함을 받아 본 적이 있다. 운전을 하지 않지만 대리운전기사들의 밤이 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환자들의 식사를 챙겨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을 하며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요양 보호사들. 이 책을 읽고 알았다.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한 자세를 유지해야 해서 어깨 결림이나 척추 측만증, 목 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것을. 매일 아파트 쓰레기를 수거하고 트럭에 매달려 가야 하는 청소 노동자. 화려한 주연들 뒤에서 자신의 연기를 묵묵히 펼치는 보조출연자. 의자 없이 종일 서서 계산대에서 일하는 마트 노동자. 이들은 나와 당신 주변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숨은 노동자가 아니다. 이렇듯 일상을 공유하고 그들의 노동으로 나의 하루가 채워진다. 책의 제목을『숨은 노동 찾기』라고 지은 것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은 그들의 노동을 찾기 위해서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르포 작가 세 명이 직접 그들을 인터뷰하고 취재한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들에게 좀 더 감사해하고 고마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힘든 노동과 일상을 감내하면서도 남과 함께 걸어가는 연대 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학교급식 조리원 김옥자 씨는 늘 말 끝에 노조가 있응게, 힘이 생겼어요 라고 한다. 그녀는 조리원 경력 20년째로 학교비정규직노조 충남세종지부 논산지회장을 맡고 있다. 그녀의 삶은 노조 가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연차나 병가를 내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루 쉬려면 급식원 본인이 대체 인력을 구해와야 했다. 근속 기간이 오래되어도 월급은 오르지 않았다. 2011년 노조 가입 이후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 불합리한 제도를 이야기하고 고쳐 달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으로 아이들 밥을 해주는 그들이 정작 밥을 먹지 못하는 일들을 밝히고 급식비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 서울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 한은미 씨는 8년째 일하고 있다. 도로 한가운데로 출근하려면 자차가 있어야 한다. 한 평도 안되는 그곳에서 자세를 바꾸지도 못한 채 일을 한다. 지하 통로로 걸어서 요금소까지 가는데 왕복 15분이 걸린다. 화장실에 가려면 어두운 통로를 걸어서 가야 한다. 차 한 대가 지나가는 7초의 시간 동안 그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 21가지나 된다. 그곳에서 별의별 손님을 다 만난다. 여자 노동자 혼자 일하는 그곳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과 추태들이 벌어진다. 수납원들의 평가를 메기고 점수에 따라 불이익을 준다. 한은미 씨는 회사가 바뀌면서 벌어진 부당 행위들을 보면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열 명의 노동자들의 삶 중 극히 일부만을 요약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그들을 삶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그들은 순수한 노동의 대가로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의 안위만을 따지지 않는다. 부당 행위에 항의하고 단체 행동을 통해 불합리함을 세상에 알린다. 1인 시위를 하고 노조원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삭발을 한다. 오직 나만 잘 먹고 잘 살자는 생각으로 살았으면 우리는 그들의 입장과 노동 환경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전태일 열사가 죽어가면서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의 말들이 여전히 유효한 사회에서『숨은 노동 찾기』는 보물 같은 책이다.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삶, 인간의 가치를 돈으로만 환산하는 사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갈수록 늘어나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이 주는 숭고함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투명인간이 아닙니다.
우리 곁에 늘 있는 사람들, 그런데 왜 보이지 않을까?
그 노동자들은 누구이고, 왜 싸우고 있는가?
너무도 익숙한, 너무도 낯선 10가지 이야기
이 책은 ‘당신이 매일 만나는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학교급식 조리원, 알바 노동자, 장례지도사, 콜센터 상담원, 대리운전 노동자, 요양보호사, 톨게이트 수납원, 청소 노동자, 보조출연자, 대형마트 노동자가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우리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그들은 어느 곳에서나 늘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곁에서 늘 노동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노동은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 깊이 파묻혀 있어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애써 찾아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제목을 숨은 노동 찾기 로 삼은 까닭이다.
이 책을 준비하며 저자들은 몇 차례 토론을 거쳐 일상에서 시민들이 접하는 우리 사회 열 곳의 노동 현장을 선정했다. 그러나 그 현장을 선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글로 담고 싶은, 담아야 할 현장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가급적 언론 및 사회적 관심에서 멀리 있는 작은 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보았고, 소외된 지방의 노동 현장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세 명의 르포작가-최규화, 정윤영, 신정임-가 수도권과 전주, 세종, 청주 등 지방을 오가며 그들의 목소리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르포 형식에 담았다.
들어가는 글
첫 번째 이야기
노조가 있응게, 힘이 생겼어요
- 학교급식 조리원 노동자 김옥자 씨
두 번째 이야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알바 노동’
- 알바 노동자 구교현·조윤·윤가현 씨
세 번째 이야기
용서해준다? 저희가 무슨 죄 지었습니까?
- 장례지도사 유준한 씨
네 번째 이야기
투쟁 700일, 매일 1인시위를 하는 사람
- 콜센터 상담원 봉혜영 씨
다섯 번째 이야기
그들의 조용한 꿈
- 대리운전 노동자 최장윤 씨
여섯 번째 이야기
우리의 노동은 봉사가 아니다
-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요양보호사 권옥자 씨
일곱 번째 이야기
고속도로 위 마네킹처럼 앉아 있는 그녀들
- 서울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 한은미 씨
여덟 번째 이야기
그림자 청소부
- 고려정업 청소 노동자 박봉순 씨
아홉 번째 이야기
몸으로 익혀온 삶의 철학
- 보조출연자 문계순 씨
열 번째 이야기
우리의 목소리를 되찾다
- 대형마트 노동자 김진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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