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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써 보는, 소설 <오직 두 사람>의 독후감(2)이런, 정신이 아득해지려 한다. 옆자리의 환자에게 손님들이 찾아왔나? 무슨 소린지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웅성거리는 소리가 꿈결같이 들려온다. 지금 현주는 담배 피우러 나갔나 보다. 이 애는 미국에 가서 일껏 끊은 담배를 왜 다시 피우나? 나 때문이야. 내가 이렇게 돼버린 마당에 현주가 누굴 의지하겠어? 담배밖에 더 있겠어? 이제는 더 말도 통하지 않고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는 나에게서는 옛날의 모습을 찾을 수 없잖아. 현주야, 미안하다. 너무 애쓰지 마라. 널 이해해. 얼마나 외롭겠니.나는 잘 몰랐지만, 현주는 골초였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원하던 예술사 교수 되는 게 틀어졌고, 학원 강사 노릇이나 하면서 매년 재계약할 때 받았던 스트레스 때문에 시작한 걸 거야. 그래도 나랑 있을 땐 안 피웠어. 그냥 나랑 있으면, 우리는 쉴 새 없이 재미있는 일에 빠졌으니 담배 생각은 나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난 그 애가 담배 피우는 줄 몰랐고, 나중에 담배 피우는 걸 알아챘는데도 치기 어린 계집애의 한순간 일탈이겠거니 생각하고 피우지 말라고 닦달하지도 않았지. 아, 그런데 지금 현주는 담배에 중독된 거야, 내가 이 모양이니. 옛날의 나는 그 애에게서 담배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날려버릴 정도로 멋진 아빠였는데. 그 애는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어. 아빠같이 고답적이고 지성적인 사람은 없다고 추켜세웠지. 그러면 나도 우리 현주같이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맞장구쳐 주었지. 그러니 담배 같은 것에 중독될 리가 없었어. 내 사랑으로 그 중독성이 저절로 해독되었어.자, 다시 생각해 보자. 무릇 어떤 것도 오랜 기간을 즐기다 보면 중독된다. 담배? 중독되면 그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중요치 않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치환될 수 없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건 나쁜 거야.’라고 말하는 걸 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좋은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중독자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것’은 싫어하고, ‘나쁜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나쁜 것’을 버리고, 그들이 말하는 ‘좋은 것’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중독자는 그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그들의 세계와 관계를 끊어버린다. 그러면 온전히 나의 세계 속에서는 그것은 이제 더 나쁜 것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는다. 현주에게 담배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단어가 떠오르지인간 중독. 현주는 나에게 중독되었던 것이 아닐까? 사람도 중독성이 있다면 말이다. 나에게 중독되어 있을 땐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이제 나로부터 중독이 해제되려는 순간이 되자 담배에 다시 중독되는 것이 아닌가아니, 중독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현주와 나는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서로 지극히 아끼고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것은 중독이 아니라 사랑이야.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부녀간의 사랑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좀 정상적이지는 않았다고 할 테지. 서로에게 밝고 환한 세계를 열어주기보다는 어두운 집착에 가두어두려 했다고 할 테지. 도대체 사랑과 중독은 어떻게 다를까? 나는 친한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박 교수님은 왜 따님을 붙잡아둡니까? 인제 그만 내보내세요.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들과 지내야죠.”나는 현주를 붙잡아두었다고는 조금도 생각한 적이 없어. 현주가 나가려 하지 않았을 뿐이었지. 그런데 이제야 내가 한 번도 현주를 내보내려 하지 않았던 것을 깨닫는다. 언제나 내 곁에 있는 아이, 익숙하고 편한 아이여서 그 애가 없다는 걸 상상해 보지 못했다. 나는 은연중에 그 애가 나를 떠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가 생각난다. 나도 현주를 에밀리로 만들고 있는 것인가 그래, 이것은 다름 아닌, 명백한 인간 중독이다.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빠져들어 버리는 것. 그래서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중독이다. 현주는 나에게 중독되었고, 나도 현주에게 중독되었던 것이다. 아, 몸을 좀 움직일 수만 있다면. 말을 좀 할 수만 있다면. 현주에게 말하고 싶다. 뇌에서 진땀이 배어 나오는 것 같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정신마저 놓칠 것 같다. 이 애는 담배 피우러 나가서 왜 이리 들어오지 않는 걸까? 무더운 습기가 가득 찬 안개 같은 것이 내 눈앞을, 내 뇌를, 내 의식을 덮어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현주가 들어오면 말해주고 싶다.‘현주야, 나를 버려라.’
그 두 사람, 오직 두 사람만이 느꼈을 어떤 어둠에 대해서
김영하 7년 만의 신작 소설
작가 김영하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이후 7년 만이다. 제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아이를 찾습니다」, 제3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옥수수와 나」를 포함해 일곱 편이 실렸다. 묘하게도 편편이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 그리고 ‘상실 이후의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들이다. 각자도생하는 하루하루가 외적 관계뿐 아니라 내면마저 파괴시킨다. 인간은 그 공허함을 어떻게 메우며, 혹은 감당하며 살아가는가.
그해 4월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참혹한 비극이 있었다. 그 무렵의 나는 ‘뉴욕타임스 국제판’에 매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칼럼으로 쓰고 있었다. 4월엔 당연히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의문의 참사에 대해 썼다. ‘이 사건 이후의 대한민국은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썼는데 팩트와 근거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편집자가 그 발언의 근거를 물어왔다. ‘근거는 없다. 그냥 작가로서 나의 직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라고 답했더니 그런 과감한 예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을 그만두었다. 작가는 팩트를 확인하고 인용할 근거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대신하여 ‘잘 느끼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나는 잘난 팩트의 세계를 떠나 근거 없는 예감의 세계로 귀환했다. (…)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팩트 따윈 모르겠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 그들이 내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다.
_‘작가의 말’에서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신의 장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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