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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베 히로시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그림책 작가로 성공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예순의 그가 삶을 돌이켜 봤을 때 인상적이었던, 혹은 오늘의 자신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사건들을 짧은 어체로 간결하게 써내려 간 자전적 에세이이다. 제목이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인 것처럼 본문의 내용은 크게 ‘아베 히로시’의 이야기와 그가 몸담고 있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그토록 잡고 싶었으나 매번 놓쳤던 여치를 잡는 비법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비법은 너무도 단순했다. “여치를 찾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찾으면 찾을수록 잡을 수 없다. 가만히 조용하게 자연 가운데 있으면, 여치란 놈이 만나러 오는 것이다.” 아베 히로시는 이 ‘비법’을 빨리 친구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었으나 그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었다. 그리고 말한다. ‘비법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으면, 내 몸에서 끝나고 마는 것이다.’ 이 생각에 이르자 조금 전까지 자신이 있었던 곳인데도, 다르게 보였다고 한다. 그것이 초등학교 2학년 여름의 추억이라고 회상한다. 철학이 얼마나 삶과 가까이 있는 지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아베 히로시는 대학 입시에 실패한 후 외삼촌이 하고 있는 철공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철공소를 그만두게 된다. 그림 그리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고 제대로 일을 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고민 끝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북쪽 나라 동물들>이란 책을 접한 후 동물원 사육사가 되기로 결정한다. 동물원 사무소를 찾아가 원장에게 동물원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니, 이를 담당하는 아사히카와 시청을 찾아가라는 얘기를 듣는다. 마침 동물원에 임시직원 자리가 비어 한 달 뒤부터 출근하기로 하고, 그 사이의 한 달은 임시로 도서관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육사 일과 그림 그리는 일을 병행할 수 없어, 동물원을 그만 두기까지 그곳에서 25년 간을 일하게 된다. 환갑의 그는 젊은 날을 이렇게 회상하면서 어린 시절 자연에서 놀며, 자연과 관련된 일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을 알았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철공소에서 일하면 키워진 체력이 사육사의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또한 도서관에서 일한 경험이 동물원 내의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육사로 일하는 동안 동물원에 필요한 포스터와 보고서의 그림들을 직접 그리게 되면서부터 그림이 알려지기 시작해, 오늘날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했던 모든 것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당시의 초등학생이었던, 대학 입시생이었던, 철공소 직원의 아베 히로시는 몰랐을 것이다. 그저 열심히 맡은 바 일을 했을 뿐이었다. 아베 히로시의 삶이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들은,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만든다.’ 라는 나의 생각과 너무나 닮아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다. 인생은 그런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지금하는 생각과 행동이 앞으로의 삶에 어떻게 적용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늘의 ‘나’에 충실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설령 남들이 알아주는 큰 성공을 이뤄주지는 않을지라도, 어제보다 더 매력적인 나를 만들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아베 히로시가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입사했을 즈음 아시히야마 동물원은 개장한지도 몇 년 안됐고 예산도 부족했으며 일곱 여 명의 사육사들은 거의 대부분 동물원에서 처음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우리 자신의 동물원을 지금부터 만들어 간다.’ 라는 마음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다. 사육사와 동물원이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열정적으로 동물원이 발전할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이를 실천해 보았다. 멋진 동물원이아니라 좋은 동물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지역의 상처 입은 동물들을 재활 훈련시키고 사육하고 전시함으로써 지역동물원으로서의 사명을 다 하고자 했다. 그것들이 하나 둘 쌓이면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지역 동물원에서 일본 내에 가장 인기있는 동물원 중 하나가 되었다. 만약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말하는 상사나 탁상 행정만을 논하는 관료들로 인해 그들의 아이디어가 빛 볼 기회조차 없었다면,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 싶다. 아베 히로시는 사육사로 일하면서 동물원은 생명과 죽음이 서로 이웃하고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의도치 않게 코끼리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동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만든 시설물에 죽게 되거나 사육사의 게으름으로 먹이 상자를 대충 씻는 바람에 동물이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 또 누군가의 먹이가 되기 위해 키워지는 동물도 있다. 동물원에서 ‘살아있는 먹잇감’이 될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수도 있지만, 육식동물은 육식동물 자신만의 고유한 습성을 지킬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먹잇감이 되었다고 쓸데없는 목숨, 죽음은 아닌 것이다. 그 먹잇감의 죽음으로 어떤 동물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도 가축을 잡아 고기를 섭취한다. 그런데 소와 돼지에게 미안하다고 안먹는 것이 정답일까? 만약 안먹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편식하지 않으며 부위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감사해하며 먹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선호하는 부분만을 먹고 나머지가 버려진다면, 그 가축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삶과 자신의 직업(일)을 대하는 아베 히로시의 긍정적이며 능동적인 자세는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왜 한 노인의 수필에 이다지도 열광하며 추천 일색일까 싶었는데, 읽고 나니 나 역시도 내 옆의 누군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졌다. 지금의 ‘나’가 불만스럽고, 미래의 ‘나’가 불안하다면 이 책을 넘겨 보라. 무슨 일을 하던 현재에 감사해하고, 충실하다면 미래는 덜 불안해해도 되지 않을까.
폭풍우 치는 밤에 의 작가 아베 히로시 자전 에세이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 는 폭풍우 치는 밤에 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아베 히로시가 쓰고 그린 자전 에세이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뚜렷한 꿈은 없었던 저자가 철공소 노동자, 동물원 사육사를 거쳐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저자가 25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면서 느낀 즐거움과 고통, 생명의 경이로움과 존엄함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물들을 돌보며 겪었던 흥미진진한 일화들과 함께 교과서적인 생태 정보를 넘는 생명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천성이 명랑하고 익살스러운 수달, 눈싸움 놀이를 즐기는 코끼리, 겉보기와는 달리 예민한 고릴라의 성격 등 수년간 동물들과 지내 온 사람만이 파악할 수 있는 동물들의 습성과 삶을 생동감 넘치게 풀어낸다. 아울러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도 저마다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 등을 성찰하게 한다.
머리말
*제1장 * 초등학교 2학년 때 여치에게서 배웠다
개는 개, 고양이는 고양이 * 온 마을이 가족 * 내가 좋아한 장소 * 초등학교 2학년 때 깨달은 ‘비법’ * 생물부도 좋았지만 * 생각하지도 않게 얻은 것
*제2장 * 사육사를 꿈꾸다
점심은 훔친 사과 * 철공소에서 일하게 되다 * 화가를 꿈꾸다 * 그림 그리는 나날 * 자연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 놀라운 동물원의 첫날
*제3장 *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의 나날
똥 청소와 먹이 만들기, 그것만은 아니다 * 이웃하고 있는 ‘죽음’ * 신참 사육사의 동경 * 누구나 모색 중 * 담당 동물 회의 * 선배를 따라잡기 위해
*제4장 *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곳
동물과 깊은 교류 * 동물원의 동물이 죽으면 * 해부를 돕다 * 멋진 동물원이 아니라 좋은 동물원을 * 지역의 동물에 관여하다 * 사자의 위엄, 뱀의 불가사의 * 돈이 없으니 아이디어를 내다 * 동물원의 기관지를 만들다 * 미래의 동물원상을 상상하다 * 진다고 생각하면 진다! * 사육사의 기개 * 역시 맹수는 무섭다
*제5장 * 죽음에 익숙해질까
좋은 실수와 나쁜 실수 * 살아 있는 진짜 모습 * 생명에게 생명을 주다 * 냠냠시간에 보여 주고 싶었던 것
*제6장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떠날 때 * 이상적인 동물원이 현실로 * 인간이 관여하지 않은 죽음은 모두 옳다 * 인간의 죽음, 장례식 * 애완동물과 야생동물의 차이 * 죽을 것은 죽는다
맺음말
화실에서 본 풍경 *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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